EO 이오
타일러 라쉬(비정상회담)
내가 다양한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이유
강연도 하고, 작가도 하고 노래도 할만큼 여러 방면에서 내가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배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버몬트 주에서 받았던 교육은 한국의 대안 교육같은 느낌이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 막학년까지 다닌 학교의 총 학생수가 36명이었다. 게다가 6, 7, 8학년이 한 반이고 다 합쳐도 총 8명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수업이 주로 토론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사람이 얼마 없으니 시험은 크게 의미가 없던 것이다. 그 학교의 교육 중점은 이 학생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해보고 싶은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였다. 그래서인지 학점을 대학교 지원할 때까지 보지 못했다.
우리는 시험 대신 피드백으로 평가를 받았었다. 피드백을 받는 대상은 우리가 열흘동안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발표한 것이다. 만약 수학 수업을 들으며 첼로를 배우고 뜨개질이나 원단을 만드는 활동을 병행했더라면 이 학생은 한 학기가 끝날 때 모차르트의 악보를 가지고 수학적인 분석을 통해 원단 패턴을 개발하고 그 원단을 전시, 발표해야한다. 우리는 그러한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나, 그리고 교육을 받았던 우리는 떠오르는 대로 해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의 교육을 받아왔던 내가 느껴왔던 바에 대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생각 정리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첫 단계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갇혀사는 사람이 많다. 이 생각정리는 매우 매우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 이런 문제가 있구나, 그럼 이게 필요하겠네?"정도로만 정리하는 것이다. 타인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수준의 생각정리인 것이다. 여기서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공유하고 피드백받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피드백을 받는 목적은 내 아이디어를 평가받기 위함이 아니다. "이런 해답 어때?너도 동의해?" 이런 답변을 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생각한 가설을 검증해줄 사람이다. 좋다, 싫다, 괜찮다, 가망없다같은 말은 다 쓸 데가 없다. 건설적인 피드백은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까?, 이것을 해내려면 무엇이 우선시되야될까?"같은 것들이다.
여기서 How대한 피드백도 직설적이고 바로 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를 만들어봐라, 랜딩 페이지를 만들어봐라 같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런 연구도 있고, 이런 자료도 있으니 한번 읽어보세요같은 피드백을 원하는 게 아니다. 원하는 건 수행가능한 최소 행동 단위이다.
이건 내가 한국에 살며 느낀 것인데, 한국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불안정적인 것을 거부하고 검증된 것을 선호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거 같다. 그래서인지 피드백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답변은 "이게 안 될 이유는 무엇이다, 어디서 이걸 했는데 잘 안됐다" 등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수긍해버리면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물론 그 아이디어가 애초에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말하는 사람이 왜 그것이 안되는 것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을까? 이때는 무슨 상황때문에 안됐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더 생겨났으니 가능할거야, 뭐가 더 필요할 거 같아와 같은 피드백이라면 받아들여도 된다. 하지만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의 충고라면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나무와 마찬가지로 아이디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자라나려면 가지치기도 필요하다.
시작할 때 작은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기
종종 이런 경우들이 있다. 아이디어를 이야기했길래 해보라고 했더니 크게 실패하고 와서는 그때 왜 말리지않았냐고 원망하는 사람들
누군가를 탓하는 이유는 무언가 손실,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고 이들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사업을 너무 크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는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것이 있다. 가장 최소한의 규모로 테스트를 해보고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중간과정을 다 뛰어넘고 한번에 잘 되겠다고 뛰쳐나가면 해보는 것이 아니라 해버리는 것이 되버리고 만다. 이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포기하거나 접어야하는 순간은 다가온다. 그리고 그 기준은 시작부터 만들어야한다. 무언가를 될 것이라고 설계하고 실행했는데 실패했다면 변수를 바꾸며 다른 방면으로 실험해봐야지 그 규모를 키우려고하면 안된다. 그럼 자신이 만든 기준을 무시하고 가는 것이다. 살면서 아이디어는 수도 없이 나오고 기회 또한 수도 없이 많다. 그 아이디어가 되지 않았다면 5년, 10년 뒤에 해봐도 좋다. 다만, 여러 가지 변수를 다 확인해봐도 안됐다면 그만하는 것이 좋다. 다른 아이디어로의 발견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여러 가지를 해봐도 안 될 것 같다면 포기하기
한국 사회는 빨리 포기하는 것을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사회구조도 있겠지만 행동경제학적인 이유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주식을 샀다고 했을 때 떨어지면 다시 오를 것이라며 붙잡고 이후에도 떨어지면 손해를 인정하기 싫어서 팔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안 팔고 싶은데 팔아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만다.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데도 이것과 같은 심리가 작용되는 듯하다.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내가 한국에 와서 무언가를 하려했을 때 먼저 했던 사람이 없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검증자료가 없다보니 그것을 만드려 작은 실험을 설계하고 파일럿을 돌려보는 행동을 수 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이 됐다.
나는 처음에 정부 초청 장학제도로 한국에 들어와서 서울대로 갔다. 근데 배우다보니 어학원에서 가르치는 한국어의 수준과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한국어의 수준이 확연하게 달랐다. 그래서 나는 토론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를 공부하려 글을 쓰는 연습을 했다. 그 당시,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의 생활 환경이 점점 분리되는 과정이 있었고 차별적인 상황, 소통의 마찰이 존재했다. 당시 작문을 하던 난 글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학교를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들끼리 한글로 글을 써서 학내 기관지를 배포하는 동아리를 만드려 국제협력본부라는 곳에 지원을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외국인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개의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니 지원해줄 수 없다'였다. 외국인과의 교류를 더 원활히 하는 것을 돕는 기관이 왜 제 역할을 하려하지않는지에 대해 화가 난 이것을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과의 연합 동아리에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서울리즘'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40개국에서 온 사람들을 모았다. 별의 별 방법을 시도해도 지원이 거부당한 적이 많았지만 난 이 동아리를 2년동안 운영했고, daum블로그에서 이번 주 조회수가 가장 많은 글을 몇번이고 수상시켰다. 외국인이 일주일에 한 번의 글을 쓰지 못한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블로그 게시물이 외국인의 글인데, 참으로 웃긴 일이다.
하지 못할 것같다면 환경을 바꿔라. 환경을 바꾸고 싶지 않다면 포기하고 딴 것을 해라. 이걸 계속 해야한다라는 생각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세상에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지지않는 방법을 찾고, 이길 싸움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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