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에서 E로
P에서 J로
바꾸고 싶지 않은가?
그냥 게으르게 하는 거보다 계획을 세워서 하는 게 있어보이고, 내향적인거보단 일단 인싸가 더 좋아보이니까
우리는 이런 말을 하면 주변에서 'MBTI는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에요~'라고 들을 것이다. 이 말은 마치 '차별은 없어야한다', '모두 사이좋게 지내야한다'같은 이상론을 듣는 기분이 든다. 과연 성격에는 '진짜' 우열이 없는 걸까?
일단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내 입장을 먼저 선보하자면 나는 MBTI를 신뢰하진 않는다. 이건 기질보다 캐릭터 검사에 가깝고, 몇 점차이로 사람을 갈라치기 하는 유형론을 어찌 좋게 평가하겠는가?
하지만 근래 MBTI가 사회에 있어서 가장 유익하고 필요악인 사실임은 인정하고 넘어가고 싶다. 어차피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갈라치는 무위한 사람은 MBTI가 없었으면 직업, 지역, 성별, 혈액형 등으로 더 말도 안되게 사람을 평가했을 것이다. 융이 내향형이고 외향형이고 이야기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도구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MBTI의 문제는 그 본질을 흐리는 '사람'에게 있다.
특히
e-인싸 i-아싸
s-이타적 n-이기적
t-주관뚜렷 f-남눈치봄
p-게으름 j-계획적임
이딴 걸 만든 놈은 징역 50년도 더 보내야된다.
세상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공자와 오스틴은 자신감은 오만이 되고, 지혜는 편견이 된다고 하였다. 예민은 감각이 되기도 하고, 수줍음은 겸손이 되기도 하며 절제는 인색이 되기도 한다. 온전히 완벽한 가치란 없다.
위를 반대로 나타내면
e-나대고 생각짧음 i-내면이 성숙함
s- 수동적 n-능동적
t-공능제 f-따뜻함
p-여유로움 j-융통성 없음
이 될수도 있다.
옛날옛날 한 돌고래가 살았다. 그 돌고래는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거라고 이야기하며 다녔다. 그리고 매일 수영을 집어치우고 하늘을 날기 위한 맹훈련을 시작했다. 이 돌고래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헤엄도 못 치고 비행도 못하는 낙오자가 되어 스스로를 자책하며 여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우리는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돌고래는 왜 하늘을 날고 싶었을까? 더 멋있어지고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수리가 하늘에서 턴하는 것을 보든, 돌고래가 물 속에서 턴하는 것을 보든 똑같이 멋있다고 느낀다.
기질을 받아들이라는 말은 자신의 못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니다. 돌고래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돌고래가 날 수 있게 됐다고 행복할까? 처음에는 행복할지라도 하늘에서 점점 피부가 쩍쩍 마르고 숨이 턱턱 막히며 불쾌한 경험을 할 것이다. 돌고래는 독수리가 아니니까
돌고래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자신이 가진 것이 왜 아름다운지를 깨닫지 못해 스스로의 삶을 비틀고 망가뜨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당신이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다. "그래도 P보다 J가 낫지 않냐?"
우리는 자라온 환경, 유전자, 성격, 외모 등 모든 게 다 차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인식이 차이가 상당히 크다. 우리가 먼저 해야할 건 돌고래인지, 독수리인지 아는 것이다. 그래야 돌고래가 독수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 자기에 맞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감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사회적인 가면을 진짜 자신이라고 착각하며(페르소나의 팽창) 현실을 왜곡하고 기만한다.
물론, 나도 당신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도 당신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친절하고 귀여우며 나약하고 욕심많은 '나'가 내면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나약하고 욕심많은 건 없애고 친절하고 귀여운 것만 남기면 될 것이다. 이 내용은 자기개발서나 강연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는 사실이다. 여러분도 자연스레 하고 있는 것들이다. "잘 나가는 친구 놈들 다 망했으면 좋겠다.", "아, 바람피고 싶다"라고 생각할 리가 없다며 지워버린다. 그것들을 내버려뒀다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했을테니
근데 사실 그건 없어진 게 아니다. 당신의 '무의식'으로 숨어들었을 뿐이다. 여기서 '나'를 없앤다는 행위는 눈을 감고 소리를 지르는 행위와 같다. 눈을 감고 뜨니, 앞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럼 사라진 것일까? 그저 침대 밑에, 장롱 안에 숨어 당신을 노리고 있을 뿐이다. 당신이 빈틈을 보이면 집 안을 헤집어놓는다. 하지만 당신은 그 놈이 사라졌다고 확신하기에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 놈을 억제하는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다른 행동을 하려고 하면 이미 힘이 없다. 힘이 없으면 또 그 놈이 나와서 설친다. 누군가에게 말실수를 하고 싸움을 하고 후회한다. 해고나 부모님의 부고 등의 대형 사고가 터진다면 그 놈들은 다시 나와 또 꺵판(범죄, 자해, 극단적 선택 등)을 쳐놓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그 놈들이 어디있는지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융이 이야기하는 개념 중에 '투사'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내 마음 속의 트러블을 남에게 뒤집어씌운다는 개념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는 그 놈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으면 강렬한 분노와 혐오감을 느낀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예민하게 굴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투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당신이 남의 자랑을 들을 때 화가 난다면, 내 마음 속 자랑하고 싶어하는 그 놈과 그 사람이 닮아있을 확률이 높다. 다른 사람이 음담패설을 할 때 화가 난다면, 뭐, 위와 같은 내용이다.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보면 어느샌가 당신은 그 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그놈을 쫓아내야될까? 어떻게?
그건 당신인데?
융이 강조하는 내용은 이것이다. 그걸 당신이라는 걸 인정해라. 우리는 발을 밟혔을 때 할머니가 실수로 밟았는지, 싫어하는 사람이 고의로 밟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할머니의 실수라면 화를 누그러뜨리고, 싫어하는 사람의 고의라면 분노를 표출할 것이다. 두 반응 모두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감정을 적절히 해소한 예시라고 볼 수 있다.근데 당신이 진짜 원인을 모른다면?
누가 발을 밟았는지, 고의로 밟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감정은 엉뚱한 데서 표출된다. 현실도 똑같다. 당신은 대화할 때, 누군가와 대면할 때 이유없이 예민해지고 감정적이 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을 마주할 수 있다면, 자신이 인정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화가 났음을 깨닫고 상황을 바르게 이해하여 부적절한 분노 대신 이해와 배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당신을 보고 성숙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릴테고 당신은 더욱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놈이 난리를 치는 이유는 억압당한 분노때문이다. 당신이 그 놈을 인정한다면, 그 분노는 사그라들 것이다. 그리고 적절할 때 표출해주면 된다. 어떻게 표출하냐?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민은 감각이 되기도 분노는 용기가 되기도 수줍음은 겸손이 되기도 오만은 자신감이 되기도 충동은 결단이 되기도 한다. 이 사실을 모르면 당신은 돌고래가 된다. 자신의 가치를 모르고 비행 연습만 하던 돌고래는 이도저도 아닌 하찮은 존재가 된다. 이 이야기를 이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억압하고 괴롭혀왔던 '나'는 사실 '선'의 가능성이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는 듣기 좋은 감성 위로가 아니다. 악의 실체를 낱낱이 꿰뚫었던 현인들의 지혜이자 노력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삶의 이정표이다. 당신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때 더 입체적이고 더 조화롭고 더 매력적인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데미안, 어린왕자를 읽으면 이 두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유튜브 댓글
제가 생각하는 진리의 편린을 담아 봤습니다.
이번 내용은 쉽게 풀어내려 참 애썼지만, 사실은 되게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랍니다. 다른 영상도 그렇지만 이번 영상은 시간이 나면 재탕해보도록 해요.
+기질이나 MBTI는 융을 설명드리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혹여나 기질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전문 심리상담사를 찾아가서 TCI 검사를 받아보세요~ 기질과 성격을 구분하고, 신뢰성도 굉장히 높고 아주 유용하답니다.
아예 종합심리검사를 하셔도 좋습니다 (TCI도 포함되어 있음) 융 심리학은 전체적으로는 다 짚긴 했으나, 상징 체계나 동시성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하지 못했고.. 다른 개념들도 ‘성격’이란 범주에서 설명을 드리다보니 미처 전달되지 못할 내용이 많을 듯 합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기질과 집단 무의식 원형들 / 성격 발달과 개성화 등 여러 개념을 묶어서 희석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데미안 본격 리뷰와 함께 융 심리학을 보충 설명드릴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원래 데미안 중후반부는 제 채널에서 다룰 생각이 없었지만 (스포이기도 하고) 이번 영상들이 선행된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싱클레어가 진짜 동성애자+유부녀성애자인지.. 헤세는 왜 그런 결말을 냈는지…
해석본은 찾아도 잘 안나올 텐데 필요하다면 만들겠습니다. 궁금하시면 좋아요만 눌러주세요~
#MBTI
#성격좋아지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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