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을 읽은 독자는 십중팔구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성친구가 좋다는 둥...결혼한 아줌마가 좋다는 둥..충격과 공포로 가득 찬 내용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설을 찾아보자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 증인이다. 몇 날 며칠을 논문, 책,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명쾌한 해설은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데미안의 토대가 된 분석심리학을 배우려면 의대를 나와야하고, 문학 전문가가 되려면 인문대를 나와야하니 이 두가지의 접점을 맞춰서 연구를 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 달동안 도서관에 박혀 <데미안>과 칼 융의 책들을 몇 번이고 반복해고 연구해서 이 자료를 만들었다. 몰입하기 쉽도록 현대판으로 리메이크해보았으니 즐겁게 즐겨주길 바란다.
(너진똑님이 만든 줄거리에 중간중간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저라면 이러하지않을까 하여 내용을 추가해서 글을 써놓았으니 전개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고시 낭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야심차게 고시를 시작했지만 첫 시험에 떨어지고, 그 다음에도 떨어졌다. 지금 몇 수째 하는 건지도 가물가물할 지경이르렀다.
이제 내 나이는 30대에 들어섰고,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합격발표 보기 싫다...'
합격발표까지는 두시간 남은 상태였다. 답답한 마음에 도서관에서 몇 번이고 또 본 문제를 또 풀었다. 그렇게 얼마나 풀었을까, 어느샌가 창문에서 햇빛이 나를 감싸안았다. 그 따스함에 졸음이 몰려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오다니... 정신을 붙잡고 펜을 움직이기를 반복했지만, 점점 시간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조금 뒤에 합격발표인데....'
'하, 그래. 30분만 자고....보자...'
'30분만...'
그런 다짐을 하고 나는 수마에 빠져들었다.
Chapter 1: 내 이름은 신그래!
내 이름은 신그래, 흔히 말하는 '엘리트' 집안 출신의 초등학생이다.
돈 많고 성공한 부모님, 똑똑하고 예의바른 명문대 출신 누나들, 그런 집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가족의 기대를 한껏 받아왔다.
그래서 나도 그 기대에 부응하여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시간이 생기면 부모님께 마사지도 해주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주변 어른들도 내게 착한 아이라며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부모님이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즐겁다. 어느 누가봐도 나는 착한 아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비밀이 하나 있다. 일부러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홍등가를 거쳐서 가는 것이다.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술 취한 아저씨들, 자신들과 놀자며 유혹하는 누나들, 범죄와 악이 만연한 이 거리를 보며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상야릇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매번 내일은 가지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발걸음은 그곳을 향했다.
그렇게 차츰차츰 나는 악과 가까워졌다. 곤란한 사람을 도와주는 건 귀찮아졌고, 공부보다 중학교 일진 형들과 노는 것이 더 재밌었다. 초등학생인 내가 중학생 일진과 함께 짝다리를 짚고 길거리에 침을 뱉으면 사람들은 우리를 피했다. 마치 이 거리에 우리가 주인공인 것 같았다. 나는 어른이 된 것만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같이 웃고 이야기하던 일진 형들은 나를 장난이라며 툭툭 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게 돈을 요구했다. 그들에게 속하고 싶었던 나는 누나의 저금통을 깼고, 그 다음에는 아버지의 지갑에 손을 댔다. 일진 형들은 돈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돈을 요구했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졌다.
'부모님한테 이야기할까..?'
아니다. 나는 착한 아이다. 이런 일을 이야기하면 부모님은 내게 실망할 것이다. 말하고 나면 이후에 나를 바라볼 부모님의 시선이 너무 두려웠다. 이런 상황에 빠져들고 만 내가 너무 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일진 무리는 지금까지 요구하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요구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나는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갑자기 뒤에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걸었다.
"야, 신그레!"
Chapter 2: 데미안과의 만남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얼마 전에 이사 온 전학생이었다. 그런데 얘가 왜 나한테 말을 건걸까?
"집 가는 길이야? 같이가자."
"응?...그래"
순간 당황한 나는 긍정의 대답을 하고 말았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바닥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러고보니 전학생의 이름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를 힐긋힐긋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미안.... 그... 혹시 이름이 뭐였지"
"그냥, 데미안이라고 불러. 너는 신그레지?"
"어, 맞아"
전학생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전학생은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학교의 유명인사였다. 옆반 일진을 한 손으로 제압했다던가,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대들었다던가, 여자친구과 갈 때까지 갔다는 둥 별의 별 소문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언제나 혼자 있었다. 주변 애들은 전학생이 다가오면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다. 나도 전학생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전학생을 직접 마주하니 무언가 달랐다. 그는 고고하고, 우월하고, 침착했다. 그의 또렷한 목소리는 주변의 소리를 지웠고, 수려한 외모는 주변의 풍경을 지웠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 같았다.
'이런 애가 수업시간에 대들었다고?'
정말 소문이 진짜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침묵에 잠겼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갑작스레 데미안이 질문을 했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라서 당황한 나는 어버버대며 대답했다.
"혹시 내가 무서워?"
"아니? 왜? 너를? 누가?"
"나랑 자꾸 멀어지려는 듯 보여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나보다. 확실히 평소보다 빨리왔다.
"아니야, 엄마가 오늘 집에 빨리 오라고 해서 그래."
"난 또 내가 무서워서 피하려는 줄 알았지."
데미안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수업에서 선생님이 들려준 흥부와 놀부 이야기 기억해? 나는 선생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해."
"흥부야말로 게으르고 의존적인 인간상이잖아. 우리는 놀부처럼 살아야 해"
나는 전학생의 말에 가르치려는 느낌을 받았다.
'너 같이 잘난 놈이 뭘 알아?'
반발심이 들었던 난 말로 전학생을 당황시키고 싶었다.
"글쎄, 놀부는 제비 다리를 부러뜨렸잖아? 남을 상처입히는 사람처럼 살라는거야?"
"기회를 쟁취하는 기민함과 용기를 갖춘 거지."
"흥부같은 겁쟁이들은 절대로 못하는 일이야."
"그렇게 똑똑하면 네가 선생님 하지 그랬냐?"
데미안은 조금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음, 동화 이야기는 조금 유치했으려나? 그럼 이건 어때?"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에 온 일본인들이 전부 다 나쁜 사람이었을까?"
"누군가는 분명 호의로 학교나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었을 걸?"
나의 상식을 부정하는 듯한 데미안의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말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제발 말조심 좀 해"
"아니, 내 말은 누가 가르쳐주는 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말라는거야."
"우리는 그 너머를 볼 수 있으니까."
데미안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이내 방긋 웃었다.
"그놈들을 너무 무서워하지마. 그 너머를 보라고."
내가 일진들한테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본걸까? 순간 파도처럼 창피함이 몰려왔다.
"누,,누구? 누구 이야기하는 거야?
말 더듬었다. sibal
"나한테는 말해도 괜찮아."
" 일진들을 무서워할 필요없어. 그 놈들은 네가 무서워하는 만큼만 무서워지거든"
이 이야기를 들으니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잘난 놈이 충고하듯 이야기하니 잘난 데미안이 부럽고 짜증났다.
"네가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듯 이야기하지마."
데미안은 내 투정을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답했다.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앞으로는 알지"
"일진들이 다시 찾아오면 밥주걱으로 뺨을 때려주자고! 놀부처럼 말이야."
그의 말을 들으니 구원의 예감이 짙은 향기처럼 풍겨왔다. 내 마음은 평안해졌고 무언가 해결될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 날 돈을 챙기며 이 돈을 마지막으로 일진들에게 작별인사를 외칠 것이라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그리고 등굣길에 나섰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매일 골목에 서있던 일진무리들이 어디에도 안 보였다.
그 다음날에도, 그 다다음날에도, 일진무리들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학교를 찾아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나를 보고 똥씹은 표정을 지으며 홱~하고 돌아섰다.
"꺼져, 다신 찾아오지마"
다음 날, 나는 데미안을 찾아가 네가 한 일이냐 물었다. 데미안은 그저 걔들이 찾아오면 내 이름을 이야기하라고 답할 뿐이었다.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교실로 돌아갔다. 이제는 다시 착한 아이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난 이제 악에 절대 물들지 않을거야'
이후 데미안에게 미안하지만 그와 거리를 두기로 다짐했다. 이상하게 데미안과 대화를 하다보면 내 자신이 악으로 유혹당하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홍등가의 거리를 지나갈 때 느낀 그 이상야릇한 느낌...
어쩌면 걔야말로 진짜 '악'일지도...
Chapter 3: 수수께끼
이후 홍등가는 일절 가까이가지 않았다. 그리고 데미안과도 거리를 두었다. 내가 거리를 두자 데미안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내가 보이는 곳에 늘 멀찍이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를 무시하려 애썼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을까? 나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데미안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그는 남자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자아이같았다. 때로는 아이같으면서도 시간을 초월한 나무같기도, 드넓은 우주의 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미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데미안을 쳐다보고 있던 중, 데미안이 나를 쳐다보았다. 데미안과 눈이 마주쳤고, 황급히 눈을 피했다. 그는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수업시간에서는 예전에 데미안이 이야기했던 흥부와 놀부이야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시선을 느낀 난 주변을 돌아보았고, 거기엔 나를 쳐다보고 있는 데미안이 있었다.
'뭐지, 왜 나를 쳐다보고 있는거야.'
그는 며칠 뒤에 내 앞자리로 자리를 바꿨고, 또 며칠이 지나자, 내 옆 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일년이 넘도록 그는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며칠이 지나자 데미안이 옆 자리에 앉아있는 상황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와 종종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수업에 집중하다가도 비판과 회의를 부르는 이야기를 할 때면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웃곤 했다. 그렇게 나는 데미안에게 마음을 열었다.
'어쩌면 데미안에게는 악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방과 후, 그와 같이 귀가하던 나는 고민에 대해서 털어놓았고 이야기를 들은 데미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내가 어렸을 때 다니던 홍등가가 있었는데, 지나갈 때마다 자꾸 이상야릇한 감정이 들더라고.."
"뭔가 봐서는 안되는데 자꾸 눈길이 가고, 난 착한 아이어야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같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돼."
"이런 악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어떻게 억누를 수 있을까?"
"우리는 악을 감춰서는 안돼"
내 질문에 예상이 빗나간 답변이 들려왔고, 순간 나는 너무 당황하여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나보고 범죄자가 되라는 소리야?"
"살인이나 강도는? 강간은? 다 드러내라는 뜻이야?"
"너보고 범죄를 일으키라는 뜻이 아니야. 내 말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거야."
그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수십 만년을 산 존재같기도, 동물같기도, 돌같기도 하며 차갑게 죽어있음에도 생명으로 가득찬 영문모를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Charpter 4: 사랑과 욕망의 교차점
지난 몇 년간 나는 달라졌다. 변성기가 오며 목소리도 달라졌고, 소년의 사랑스러움도 사라졌다. 중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데미안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던 난 데미안과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상대가 가르쳐주는 걸 곧이 곧대로 믿지 마, 악을 감추지 마'라는 데미안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한 걸까. 데미안의 말을 자기 전까지 몇번이고 곱씹었다.
다음 날 등교를 한 난, 창문으로 보이는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저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시스템이 혐오스러웠다.
'세상의 교육시스템은 노예만 양성할 뿐이야.'
세상을 경멸하니 세상도 나를 경멸했다. 주변 친구들은 점점 나를 피했고, 내 주변에는 일진들이 모여들었다. 교복을 입고 술집을 드나들었다. 담배도 피고, 밤새 술을 마시고 길바닥에 나뒹굴며 토도 했다.
'그래. 취하고, 더럽고, 역겹고, 야비하고, 비열한 인간쓰레기, 충동 덩어리!'
'이게 나야. 이게 신드레야!'
악을 받아들이니 심장은 뜨겁게 경련했다. 난 어두운 세계의 주인공이 된 듯한 고양감에 휩싸였다. 학교에서는 퇴학 경고를 받았고, 부모님은 나를 혐오했다.
주변에서도 나를 거부하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인생을 낭비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새파란 새싹이 회색빛 골목을 침범할 때 즈음, 언제나와 다름없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나는 한 소녀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중성적인 얼굴에 아름다운 검은 머리칼의 그녀, 순간 내 마음이 강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왔고 며칠이 지났음에도 매일 밤마다 그녀가 떠올랐다. 충동적으로 외설과 염탐, 신음과 욕정이 들끓었다.
'제발 한번만 그녀를....'
하지만 이내 고귀한 그녀를 더럽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욕구를 숭배하는 행위를 통해 풀어내기로 결정했다. 매일 밤 충동적인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기도를 했다. 내 모든 악을 그녀에게 제물로 바쳤다.
담배도 술도 끊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학교도 다시 다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그녀에게 기도를 올렸다.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하지만 나날이 커지는 욕구에 기도도 한계가 찾아왔다. 언제나처럼 기도를 했음에도 평소처럼 욕구가 충족되지않고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어라? 근데 어떻게 생겼더라?'
그녀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종이를 펼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소녀의 얼굴을 그렸다. 무의식에서 나오는 선을 그리다보니 그림은 금방 완성됐다. 그림은 여자같기도 하며 남자같기도 했고, 신비롭고 인상깊은....
'그래...데미안이다'
그 날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 속에서 나는 소파에 앉아있었고, 맞은 편의 벽에는 중성적인 외모인 여인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녀를 다정하게 여보라고 부르고, 때로는 어머니라고도 불렀다. 때로는 악마, 창녀라며 매도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림을 껴안고, 탐하고, 애무했다.
Chapter 5: 초현실적 시간의 시작
시간이 지나고 적당한 전공의 대학에 들어갔다. 운 좋게 좋은 스승을 만나 선악의 기준에 무언가 감이 잡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통장을 보자 현실이 직시됐다.
'그런데 선악의 기준이 잡히면 뭐해?'
'난 뭐하면서 살아야하지?'
국가고시를 합격하면 적당히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까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5년이 지났다. 이제는 오늘 점심 먹을 돈도 없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꿈 속에서 만난 여인 그림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번이라도 만나봤으면'
오늘치의 공부량을 끝내고, 도서관에서 나와 이어폰을 끼려니 무언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그래?"
"데미안??"
"어쩐지 얼마 전부터 널 만날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니."
"따라와 우리 어머니도 기뻐하실거야"
"엄마??너희 엄마가 나를 알고 계셔?"
"응, 널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 우리 집으로 얼른 가자. 일로 와."
데미안은 내 옆에 서더니 팔짱을 꼈고, 나는 얼떨결에 데미안의 집까지 이끌려졌다. 데미안이 집에 도착하자 초인종을 눌렀고, 잠시 뒤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셨다.
' ! '
나는 그녀를 보고 매우 놀랐다. 그녀는 꿈 속의 그림과 매우 똑같이 생겼었다. '꿈 속에서 본 그녀가 나를 맞이했다.' 이 사실에 황홀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이어나갔지만 내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 그녀의 목소리는 이렇게 깊고 따뜻하구나.'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포도주처럼 들이마셨다. 그리고 곧 끓어오르는 욕정이 느껴졌다.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 그녀가 내 어머니라면.....그녀가 내 여자친구라면...!'
Chapter 6: 마음의 갈등과 성장
데미안 가족은 고시공부를 하는 나를 위해 흔쾌히 동거를 제안했다. 나는 매우 기쁘게 그 호의를 받아들였다. 이제 월세도 없어서 살던 집에서도 쫓겨날 판이었다.
나는 매일 청소 등의 집안일을 도와주며 죄책감을 달랬다. 아줌마와 함께 하는 매일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때로 커다란 욕망에 시달리고는 했다. 아줌마를 쳐다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그녀를 껴안고 싶다는 욕망이 북받쳐올랐다. 나는 그녀의 손길이 닿은 물건을 모아 간접키스를 하고 내 욕구를 쏟아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줌마는 나를 따로 불러냈다.
"신그래, 사랑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지요."
"근데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하면서 스스로를 잃는다고 해요."
"사랑은 갈구하는 게 아니에요. 요구하는 것도 아니구요."
"사랑은 확신하는거에요."
"신그래는 저에게 끌려오고 있어요. 그건 옳지 않답니다."
"언젠가 제가 당신한테 끌릴 때, 그때 당신에게 갈게요. 알겠죠?"
그녀는 나를 내 안으로 인도하려는 느낌이었다.
'.....나는 무엇때문에 그녀에게 이끌리는 거지?'
'나는 왜 그녀를 좋아하는거지...?'
그 날 이후로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가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았고, 나도 그녀여야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녀와 거리를 두어도 밤마다 북받치는 욕구는 나를 휩쓸었고, 그녀를 만나러가는 대신 일상의 비유 속에서 그녀와 하나되는 꿈을 꾸었다. 방에서 조용히 아줌마를 생각하면 그게 그녀와의 키스처럼 느껴졌다.
이제 나는 내 방 한가운데 서서 온 의식을 집중해 그녀를 생각했다. 영혼의 힘을 한데 모아서 그녀로 하여금 내 사랑을 느끼게 하고 그녀를 내게 끌어당기려 했다. 그렇게 집중하고 있던 내 방에 데미안이 뛰어들어왔다.
"신그래! 오늘 결과 발표 날이잖아! 어떻게 됐어?"
"아..오늘 결과 발표 날이구나. 좀 이따가 확인해볼게, 기다려봐."
나는 불안을 직감했다. 이 아름다운 사랑의 낙원에서 깨어나게 되면 또 다시 차갑고 삭막한 세상 속에 혼자 서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렇게 그녀곁에서 계속 살면 안되나? 안 좋은 생각은 안 좋은 생각을 불러왔다. 그때 어느샌가 다가온 아줌마가 내게 말을 걸었다.
"신그래, 얼른 가봐요."
"저는 대체 어디...어디로 가야 하죠?'
"이제 당신과 이별할 때가 왔네요. 하지만, 잊지말아요."
"신그래는 이제 우리를 부르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이윽고 그녀는 내 입술에 키스했다.
나는 데미안의 집에서 혼자 나왔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가 합격 결과 페이지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다. 그리고 화면에 입력된 내 이름은 수백, 수천 개로 나뉘어 또 다른 내가 되었다. 그들은 나를 바라보며 입을 뻥긋했다. 그리고 그 입 속에서는 또 다른 내가 입을 뻥긋하고 있었다.
이 무한한 굴레를 바라보던 난 머리가 어지럽고 몽롱한 기분을 느꼈다. 이때 머리가 잠깐 플래시백되더니 내 앞에는 어린 시절의 데미안이 서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다.
"야, 신그래!"
"데미안?"
"꼬마 신그래야, 난 이제 가봐야해."
"아마, 일진들이 또 너를 괴롭힐지도 몰라."
"그러면..그럴 때면 네 안에 누가 있는지를 기억해."
"아 그리고 아줌마가 이거 전해달래"
"눈을 감아"
나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내 입술을 스치는 입맞춤이 느껴졌다. 그 순간, 눈이 번뜩 떠졌다. 나를 감싸던 햇빛은 달빛으로 바뀐 상태였다.
무언가 오랜 꿈을 꾼 듯한 몽롱한 기분이다. 이러나서 컴퓨터를 켰다. 익숙한 글씨의 나열이었다.
'귀하의.....감사합니다....아쉽게도...다음 기회에....'
탈락을 확인하고 나서의 기분은 괴로웠다. 그 후의 일은 더욱 더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따금 해결책을 위해서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거울 하나가 있다. 그곳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보인다.
데미안이
정말 존경의 수준을 넘어 아름답네요.. 자신의 통찰과 해석력으로 저 포함 남들에게 이 정도 수준의 영감을 줄 수 있다는게 너무 존경스러워요
데미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영상이 얼마나 대단하고 노력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 나도 데미안을 읽고 분석심리학을 공부했지만 이런 영상을 만들 순 없을 것 같다
#너진짜똑똑하다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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