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 이오
차트메트릭 조성문 대표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인턴에서 대표까지 회사의 모든 부분을 경험해봤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고민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내 경험을 나누려고 한다.
게임빌
나는 어렸을 때 오락실에 빠져서, 집에 있는 돈을 훔쳐서 가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본 어머니는 컴퓨터 학원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컴퓨터를 접하게 됐다. 그때부터 컴퓨터에 완전히 빠져살았다.
그렇게 대학생이 된 나는 과목마다 잘하는 친구들을 모아 스터디그룹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하였고 토요일 아침마다 도서관에 모여 숙제 등을 공유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친구의 친구가 게임빌의 창업자였고, 같이 하던 5명이 다 같이 게임빌에 거의 첫 번째 엔지니어로 들어가게 된다. 당시 핸드폰의 화질, 음량 등 여러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며 모바일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그래서 개발에 치여살며 미친듯이 일했다. 주변 친구들은 대기업에 들어가 연봉도 복지도 윤택하게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게임개발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알아주지도 않고, 그들에 비하면 돈을 많이 받는 편도 아니라 '길을 잘못 선택한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뜻 깊은 나날이었다. 24살에 게임빌의 초기멤버로 들어가 26살에 직원이 50~100명이 되는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궤도에 매니저로 있었으니 매일이 바람잘 일이 없었다.
실리콘밸리
나는 일단 미국에 가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랜 시간동안 해왔었다. 지금 회사도 고성장을 달리고 있고 잘 살고 있는데 이걸 다 버리고 MBA를 하러 미국을 가는 것이 맞나라는 고민을 엄청나게 했다. 어차피 안해도 후회, 해도 후회할 것이라면 하고 후회한 놈이 되자라고 결심하고 미국으로 갔다.
나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현지 취업으로 두었다. 미국을 갈 때 거액이 들었기 때문에 이 돈을 회수해야한다는 생각에 한국 사람들하고도 안 어울리고 오로지 영어 공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운도 지지리도 안 좋게 내가 갔던 시기가 금융위기 시절이었다. 2008년, 외국인은 다 고국으로 돌아가고, 취업을 한 사람도 해고당하며, MBA는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이니 인식이 좋지 않았다. 인턴할 회사도 없어서 매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인터뷰준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적으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오퍼를 줘서 실리콘밸리에 7월에 이사하고 인턴쉽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3만명의 직원을 둔 큰 회사였고, 나는 자바 팀에 있었다. 그때 자바라는 언어를 만든 창시자 제임스 고슬링이 내 자리에서 10m도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있어서 상당히 놀랍고 신기했다. 거기서 나는 실리콘밸리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그래도 한국에서 꽤나 고성장을 하는 기업에서 일하다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의 성장속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그 이유가 뭔지 너무나 궁금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계속 물어보고 답을 찾은 거 같으면 적어놓는 방식을 반복했다. 그 과정속에 깨닫고 인상 깊었던 것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수가 정말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뉴스에 나오는 건 정말 소수의 소식뿐이다. 미국은 지적재산권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다. 소송걸리면 100~1,000억 이상으로 돈이 깨지는 일이 많아 그냥 그 회사를 산다. 미국에서는 회사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어도 인수할 수 있다면 인수하는 것을 최우선목표로 잡는다. 실리콘밸리는 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을 끊임없이 갑부로 만들어준다. 갑부가 계속 생기니 창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니 땅이 아닌 회사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 동력이 엄청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인턴쉽을 하는 도중 회사가 오라클에 인수된다. 이대로 있으면 정직원이 되는 길이 요원했기에 한국인이 잘하는 밤늦게까지 남아있는 야근스킬을 시전했다. 모두가 오후 5시면 퇴근하고 건물이 싹 다 비는데 깜깜한 밤까지 일하고 있으니 매니저가 나를 좋게 본 것같다. 그래서 매니저가 그 위의 임원을 설득하고, 임원이 그 위의 임원을 설득하여, 부사장급 중에 한 명인 사람의 승인을 받아 정직원으로 고용되었다.
창업
나는 창업을 하게 된 이유가 일과 휴식을 분리하고 매년 공휴일을 세는 내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트메트릭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차트메트릭은 스파크랩스에 있는 동안 15년간 미디어 쪽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사람들이 원하는 데이터베이스관련 아이템을 내가 만들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여 시작했다. 나는 창업하기 전에 경쟁자를 알아보는 것보다 내가 이 일을 10년 동안 계속했을 때 즐겁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를 중점에 두었다. 왜냐하면 뭔가 하나를 꾸준히 오래 파는 사람이나 회사가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내가 있던 게임빌의 경우 야구 게임을 망하던 성공하던 매년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는 것을 15년이상 지속하여 결국 야구게임이 회사의 매출을 책임지는 간판게임이 됐다. 난 이걸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실행에 옮겼다.
사업을 하면 다들 그럴 것이다. 가진 자원도, 돈도, 사람도 없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이메일이 미친듯이 오니 귀찮을 정도였는데, 회사를 나오니 아무것도 없다. 일을 하려 샌프란시스코의 한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켰는데, 할 게 없다. 뭘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당시 꽤나 성공적으로 창업을 잘 매각했던 친구에게 연락하여 조언을 구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는 오로지 한 가지, 그냥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것에 집중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어떻게든 버티려 노력했다.
창업을 할 때 미국의 음반사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만들고나니 음반사 관련한 인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라는 컨퍼런스에 직원 한 명과 같이 혈혈단신의 느낌으로 참여했다. 거기 오는 사람이 10만 명이 넘으니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누가 우리를 신경쓰겠는가?
거기에는 멘토 세션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그 쪽 산업에서 어느 정도를 이뤘거나 성공했거나 하는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의 시간을 10분씩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등록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무작정 예약을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빈 자리에 찾아가 10분 동안 내 사업에 대해서 정신없이 피칭했다. 이걸 4시간 동안 지속하니 할 말이 스무스하게 나왔다. 그렇게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플레이리스트, 마케팅 활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컨퍼런스에서 복귀 후, 나는 플레이리스트관련 데이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난 그 중 첫번째 고객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이 사업의 수익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베타버전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료 버전은 계속 제공하지만 한 달에 95불을 내면 여러 기능을 추가로 해금시켜주겠다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뉴욕에 있는 르네 맥클린이라는 사람이 1년치 950불을 선결제했다. 그래서 잘못 누른 것인가 싶어 연락을 해보니 본인도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예전부터 사업하는 걸 지켜봤는데 열심히 하는 것을 보아, 앞으로 이게 더 좋은 제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고 선결제했다고 했다. 나는 이 사람의 돈을 갚아야하는 1년간은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미친 듯이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때가 내게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됐었다.
어느 날은 마이크 워너라는 일렉트릭 뮤지션이 스포티파이에 굉장히 큰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갔다는 것을 스포티파이도 아닌 차트메트릭덕분에 알았다며 와이프와 샴페인을 먹고 있다는 이메일을 내게 보냈다. 내가 시작한 사업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도 저녁에 샴페인 한잔할 수 있게 만드는 영향을 끼쳤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뿌듯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할까
인생의 고민은 대부분 51:49정도 같으니 고민이 될 것이다. 80:20이면 고민도 안한다. 그런 고민할 때 내게 도움이 됐던 것은 실패하는 사례나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흔히 우리가 듣는 '100명 중 한 명만 성공한다', '99개의 기업이 3년 지나면 사라진다'라는 이야기는 별의별 사례를 다 합치다보니 나오는 결과값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꾸준히 안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확률은 제 주변 샘플을 보면 5 ~ 10%밖에 안된다. 그 순간의 비즈니스는 안되더라도 그 다음 창업에서 엄청나게 잘 되는 케이스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고민이 될 때는 과감한 결정을 한번 해보고 그에 대한 결과를 감당하는 경험이 귀중하다고 생각된다.
창업을 하고 살다보니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겠다라는 강박보다 하루하루 정진하며 언젠가 돌이켜보니 이렇게나 많은 성취를 했다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 행복하다. 나는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놀고 먹어야지라는 생각의 은퇴를 향해 일하는 삶보다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처럼 나이가 들었어도 은퇴없이 오랜 시간 일하는 인생을 꿈꾸고 있다,
유튜브 댓글
와.. 게임빌 -> 미국 MBA -> 오라클 -> 창업 아이 셋까지..!! 지금 시대의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생이네요 ㅎㅎ
특히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은 오히려 실패하는 확률이 거의 없다라는 말씀도 비슷한 인생을 꿈꾸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걸음만 앞으로 나아가라' '꾸준히 오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생각보다 실패 확률이 높지 않다' 는 말에 정말 큰 용기를 얻게 됩니다.
창업을 준비중인 사람에게 너무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금쪽같은 조언과 경험담 공유 감사합니다. EO 채널에도 넘 감사드립니다.
멋진 조각상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을 깎고 또 깎아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3F8I0GNuFg&list=LL&index=3&t=68s
#조성문
#차트메트릭
스탠포드 뇌과학 교수가 알려주는 집중력을 영구적으로 높이는 방법 (0) | 2023.09.18 |
---|---|
전설적인 심리학자의 정색.. '1000억 부자'가 되는 '2가지' 원리 (0) | 2023.07.02 |
완벽주의는 비즈니스의 가장 해로운 적입니다 (0) | 2023.02.13 |
2억 → 300억까지 흑자로 대기업사이에서 살아남은 방법 (0) | 2023.02.08 |
따돌림 받던 범생이가 제국을 초토화시킨 과정... l 2차세계대전 비하인드 (1) | 2022.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