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는 사람 '특' (feat.공자)

너 진짜 똑똑하다

 

 수천 년간 칭송받아온 공자는 논어에서 미움받는 사람 '특'을 설명한다.

 

 용감하지만 무례한 놈, 과감하지만 융통성 없는 놈

 

 

 공자의 제자 자공도 비슷한 말을 한다

 

 편견을 지혜라고 여기는 놈, 오만한 걸 용감하다고 여기는 놈, 비난을 정의로 여기는 놈

 맨날 뻔한 말만 하네

 

 

 뻔한 말이다. '비난을 일삼는 이는 인간관계에 실패한다', '싹수가 없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근데 이게 상식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케이스가 생긴다. 왜 위의 이야기를 알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반대편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편견에 가득 찬 멍청한 사람들이 있을까.

 

 수천 년전 아리스토텔레스도 당신도 알고 있듯 인간은 수천년 전부터 뭉치는 걸 전제로 진화해 온 동물이다. UCLA 심리학과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몽둥이로 두들겨 맞을 때와 친구들에게 은따(은근히 왕따)당하는 것을 크게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인간은 사회적 고통도 진짜 고통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1. 우리 모두는 인간관계를 망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2. 우리 모두는 인간관계가 망가지는 원인을 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비난을 하면 관계가 망가지는 걸 알면서도 비난을 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선이라고 생각한다

 

 천성이 워낙 개판이라 알아도 안 고쳐지는 게 아닐까? 물론 이런 경우도 있겠지만 진짜 해답은 논어에 있다. 공자와 자공의 대화를 통해 살펴보자면 '용감하지만 무례한 놈'이 있다. 

 왜 그냥 무례한 놈이라고 하면 되는 걸 용감하지만을 붙였을까?

 

 

 배민에 별점 테러를 하는 사람은 자기가 객관적이고 냉철한 줄 알고 진영논리에 갇혀 상대방을 깔보는 사람들은 자기가 지혜로운 줄 알며 남의 약점을 폭로하는 레커 유튜버들은 자기가 공공의 알 권리와 정의를 위한다고 생각한다.

 

나쁜 놈 데려왔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들은 다 용감하고 똑똑하고 정의롭습니다.

??????????????

 

 

조주빈도 누구한텐 착한 놈으로 남았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쁜 놈은 나쁜 짓만 할 것이라 착각하곤 하는데 이게 자기 객관화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희대의 살인 마피아 알 카포네는 뒤에서는 온갖 기부와 선행을 했고 징역을 야무지게 먹은 조주 빈은 뒤에서 온갖 봉사활동을 수십 차례 다닌 일이 그렇게 까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인간은 자기 나름대로 좋은 가치를 추구하려 한다. 절대악이라고 불리는 저 위의 두 놈들도 말이다. 근데 미운 놈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이번엔 실패했지만 난 원래 정의로운 사람인 걸' 등의 일부 생각과 행동에 자신의 관점을 끼워 맞추고 다른 행동에 대한 판단을 멈춘다.

 

 

 

당신의 행동에 그릇됨은 없는가?

 

 조별과제에 대한 글들을 보다 보면 비난 글들이 많다. 근데 왜 자기를 제외한 모든 조원이 무임승차자였다면 왜 인터넷엔 피해자만 존재할까?

 

 혹시 팀플을 할 때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구는 사람에게 주도권을 양보한 적이 있는가? 당신이 리더였다면 좋은 리더였는가? 팀원이었다면 좋은 팀원이었는가?

 

 장담컨대 당신을 나쁜 팀원, 리더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람은 만화 캐릭터가 아니기에 매번 똑같은 상황에 같은 리액션을 하지 않는다.

 

 

 핵심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천차만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공격성은 잘 쓰면 타성에 굴하지 않는 용감함이 되고 예민함은 좋게 쓰면 낡은 관습과 불평들을 뒤집는 정의가 되곤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기질이 어떠하든 간에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다르게 표현된다는 사실을 잊는다면 정의는 비난이 되고 용감함은 무례함으로 신념은 무식으로 변할 것이다.

 

다시 공자와 자공의 대화로 넘어가 보면 결국 이야기는 이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거 네 얘기 아닌 것 같냐?

 

 

유튜브 댓글

 

조별과제라는 제한된 경험을 예시로 사용한 점 미리 사과드립니다. 군대 부조리 (가해자는 안 보이는) 예시를 떠올리면 맥락 이해에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정의는 비난이 되고 용감함은 무례함이 된다.. 공자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신 겁니까

 

코멘트: 중용은 하려 해도 내가 한 행동이 맞는 건지 아닌 건지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고 나야 깨닫기 때문에

 

https://www.youtube.com/watch?v=JhFcjScaYXk&list=LL&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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