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수만 무려 650페이지로 책으로 읽다보면 중심 내용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야무지게 스타트를 끊어줄테니 찍먹해보시라.
'인간'재해
머나먼 옛날부터 인간은 쌔고 잔인했다. 인간이 지나가면 수천년간 잘 살던 작은 쥐던 엄청나게 큰 코끼리던 모조리 사체로 사라졌다. 인간은 진짜 재해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호주에 발을 디디자 대형 동물 24종 중 23종이 멸종했고 아메리카, 하와이, 뉴질랜드 등등 어떤 지역이든 인간이 발을 디딛으면 생태계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화했다.
도구사용으로 최고에 선 인류?
인간은 침팬치와 싸워도 대부분 1분안에 떡실신 당할 놈들인데 어떻게 짱이 됐을까? 도구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랑우탄은 나뭇가지로 흰개미를 낚고 물에 빠진 물건을 꺼내며 대머리 독수리는 돌을 떨어트려 타조의 알을 깨먹기도 하며 갈매기는 바위에 조개를 떨어트려 깨 먹는다. 심지어 비버는 나무를 잘라서 댐까지 짓는다. 도구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주장은 반례가 너무 많다.
인간이 최강이 된 이유
첫째로 말할 수 있는 건 불이다. 불을 발견하며 생으로는 먹기 힘든 쌀과 감자를 먹을 수 있게 됐고 세균과 기생충 감염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강력한 힘이 있어 불을 든 잼민이는 몇시간만에 숲을 태우고 수백명을 몰살할 수 있다.
사실 '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만년 전 인류는 여전히 아프리카 구석탱이에서 빌빌대고 있었다.
둘째로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언어다. 다른 동물들도 "조심해!, 사자다!"등의 말은 할 수 있지만 인간은 "오늘 아침 11시 30분에 신촌에서 원숭이 봤음 ㅇㅇ" - "역에서?" - "아니 거기말고 아웃백쪽에"처럼 정확한 위치와 가는 길까지 묘사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도 나눌 수 있다. 이처럼 언어는 인간끼리의 친목을 다지고 협력 관계를 강화시켜줬다.
핵심요소로 불과 언어가 나온 건 참 당연하다. 교과서로도 많이 봤었으니까? 근데 뭔가 찜찜~한 것이 있긴하다. 불과 언어는 핵심요소이긴 한데 '어떻게 짱이 되었는가'에 대한 답변으로는 빈약하다. 실제 우리가 다루는 불은 끽해봐야 담배나 요리할 때뿐이고 언어로 으쌰으쌰할 수 있는 자연적 규모는 고작 150명에 불과하니 말이다.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건 '인간이 어떻게 스마트폰을 쓰고 자동차를 만들었으며 백신을 개발하고 로켓을 쏠 수 있게 된 지구최강 생물이 된 걸까'이다.
<사피엔스>는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던진다.
사피엔스가 말하는 최강이 된 이유
<사피엔스>가 이에 대해 설명하는 바로는 2단계의 '레벨 업'이라 답한다. 1단계는 농업혁명, 그리고 2단계는 과학혁명이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전까지는 하루치만 음식을 구해두고 그마저도 음식이 상하기 전에 먹어치워야했지만 농업혁명으로 밥이 남으니 사람이 늘어나고 밥이 더 늘어나고 기술이 늘어나고 밥이 더 늘어나니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생겼고 이들은 광부가 되기도 마을을 지키는 군인이 되기도 하며 그 중에는 왕과 같은 정치인이 생기기도 했다. 바야흐로 '국가'의 탄생이다.
우리는 남는 밥을 바치며 안전을 보장받았고 국가는 남는 밥을 기록하려 문자와 종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기반을 다진 인류 사회는 과학혁명을 통해 엄청난 발전을 달렸다. '무지'를 알게 된 것이다. 옛날 인류는 모르는 건 예수나 부처, 공자에게 물었고 그들이 모르는 건 그냥 알 필요가 없는 쓸모없는 지식이라고 평가받았다. 오히려 알아서는 안되는 지식으로 생각되기도 했다.(이카루스, 바벨탑)
근데 과학혁명이 일어나며 '무지'를 알게 된 인류는 '알고 싶다'라는 욕구를 가지게 되었고 꽉 찬 지도는 텅텅 비게 되었으며 이걸 본 사람들은 피가 끓는 모험심과 정복욕을 느꼈다. 이러니 내 말이 맞다라는 스탠스를 취하다가도 증거가 나오면 쿨하게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게 됐다.
왜냐면 너도 몰랐고 나도 몰랐으니까
지금도 모르는 땅은 계속 연구되고 있으며 가장 핫한 분야는 바로 '의학'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다치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톱으로 다친 부분을 잘라냈다. 이러니 어린이들 3명 중 1명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죽었고 인류의 기대수명은 40세도 채 넘기지 못했다. 근데 지금은 어떠한가?이젠 시각장애인을 위한 망막 임플란트,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바이오닉 귀같이 인간의 신체를 대체하는 신박한 발명품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린 이제 늙어 '죽기전에 그냥 새걸로 끼우면 되잖아?'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근데 최강이 된 게 레벨업이야?
유발 하라리는 근데 여기서 찬물을 끼얹는다.
"이게 진짜 레벨업이라고 생각해?
위로 다시 올라가보자. 농업 혁명은 우리가 정착할 수 있게 해줬고 그게 안전을 주게 된 건 사실이다. 근데 그게 무조건 더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예전 농업혁명 전에 인류의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8시에 일어나서 사냥하고 1시에 복귀에서 점심만들면서 수다떨다가 밤되면 불보면서 멍때리고 꿀잠잤다. 근데 농업혁명 이후에는 타는 듯한 태양아래서 하루종일 잡초뽑고 땅을 고르며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다. 가축은 새로운 전염병을 퍼트렸고 남는 밥(사유재산)은 욕심과 차별을 불러왔다.
그리고 옛날 사진을 보면 고봉밥이 보이고 근래 들어 밥그릇이 점점 작아지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이걸보고 '한국인의 밥심 ㅋㅋ', '고봉밥 야무지다' 라는 반응을 하지만 거기에는 엄청나게 디테일한 정보가 담겨있다. 농경시절에 인류는 영양 불균형적 식사를 했다.
매일 과일과 고기 그리고 생선을 먹던 예전과 달리 밥만 먹다보니 비타민이 모자라 영양실조에도 걸리고 키도 작아지고 굶어죽기까지한다. 그리고 기후문제가 생기면 그 연도는 싸그리 망한다. 그 전에는 그냥 다른 곳으로 이사가면 됐는데 말이다. 농업혁명의 문제가 이제 보이는가?
단일 식량의 의존도가 너무나도 높다.
물론 농업혁명 덕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2000년전에 죽은 아이도 "지금 난 죽지만 2000년 후 사람들은 맛있는 밥을 먹고 에어컨을 쐬며 편안하게 살게 되니 난 괴롭지않아"라고 했을까?
과학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살린 것도 과학이지만 지금 전쟁에서 사용되는 것도 나가사키에 원폭을 날린 것도 과학이다. 우리는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떵떵거리며 살지만 그 아래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사체가 괴로운 표정으로 썩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럼 레벨업 왜한겨?
힘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까먹는다. 냉장고, 에어컨, 스마트폰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 버스에 핸드폰없이 타면 아주 괴로운 시간을 보낼 것같지 않은가?
스마트폰이 언제 나왔을까?
그 전에는 우린 어떻게 생활해왔을까?우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했다고 굳게 믿지만 역사가 펼쳐짐에 따라 인류복지가 좋아진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 IMF시절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 우리보다 우울하고 불행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현재가 더 행복한 우리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이게 레벨업이 맞긴 한걸까? 역사는 당신의 행복에 일절 관심이 없다.
유발하라리는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야기한다. 우리는 전례없는 평화를 느끼기도 하지만 전례없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과학이 이렇게 발전한 건 얼마되지않기에 이게 정말 좋은 것인가를 판단하기엔 전례가 부족하다.
유발하라리가 농업혁명을 두고 '구데기'라고 평가했듯 먼 훗날에는 이 혁명들이 '구데기'라고 평가될지도 모른다. 과학혁명이 우리에게 황금같은 평화를 줄수도, 그냥 지구멸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피엔스가 주장하는 핵심은 역사가 증명하고 과학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간은 지들이 어디로 가고 뭘 원하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고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잘 본 것이다. 2단계 레벨업도 전에 생긴 근본 레벨업인 <인지혁명>을 이야기안했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진짜 핵심이다. 그러니 2편도 보라구 ㅋㅋ
개인적인 생각으로 뭐가 부족한지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게 말하자면 불과 언어, 농업 혁명에 대해서는 알려주었지만 인간의 인맥은 150명까지 가능한데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아직 적혀있지않다. 아마 2편에서는 그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다. \<인지혁명>\
2편링크
https://beanknowledge.tistory.com/64
진짜 사피엔스.ZIP(사피엔스 2편)
너 진짜 똑똑하다 1편보고 오고 오면 좋겠으나 2편만 봐도 문제는 없음 (링크) 1부와 관련된 건 '인간은 어떻게 짱이 되었나'밖에 없다. 인간이 짱이 된 진짜 이유는 팀워크이다. 근데 팀워크는 침
beanknowledge.tistory.com
유튜브 댓글
영상 보면서 인지혁명에 대한 언급이 없길래 이거 제대로 된 거 맞냐는 생각도 했었는데 역시 2부짜리였군요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부 무조건 부탁해요 진짜저번주에 사피엔스 완독하고 지금은 호모데우스 읽고 있는데 이 책도 해주세요!
처음에 사피엔스를 읽고 충격 받았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관점에 따라 이렇게 해석될 수 있구나.유발하라리의 의견에 모두 동조하는 것을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단는 것에, 내가 그렇게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얼마나 평소에 편견과 편협함에 빠진 것이 많은지 다시 돌아보게 해준 지식적인 면에서도, 관점적인 면에서도 정말 큰 도움이 된 책입니다. 리뷰 보면서 오랜만에 다시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코멘트: 근래 책을 20권가까이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가 다양한 각도의 시선을 존중하라라는 것이었고 이젠 책을 읽는 것보다 몸에 익히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 온 것같다. 근데 물건은 다른 각도에서 봐도 같은 물건이라 여기는데 생각은 왜 안 그럴까...나?ㅎㅎ..
#사피엔스
#유발하라리
#역사
#혁명
연애로 해석해보는 어린왕자(알고보면 소름돋은 속이야기) (0) | 2022.07.03 |
---|---|
책 덮으면 까먹는데 어떡하죠? (0) | 2022.06.09 |
진짜 사피엔스.ZIP(사피엔스 2편) (0) | 2022.06.01 |
[지리의 힘] 읽은 것처럼 만들어드림 (0) | 2022.05.26 |
빡칠 때 ‘OO’ 모르면 무조건 손해 (흔한 말 아님) (0) | 2022.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