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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이 훌륭한 지휘관이 될 수 있을까?(上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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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온갖 잡지식 2023. 6. 2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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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맨

임용한/역사학자

 

 

 

 

 전쟁사에 대해서 저번에 이야기하지 못한 카테고리에 대해서 몇 가지를 뽑아 이야기해주겠다.(그 편은 아직 못했습니다ㅠ)

 

 

 

옛날 전쟁은 인권이 없고 잔혹했다

 

 옛날 전쟁이 지금보다 잔혹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포로학살 등을 금지하는 인도적인 조항들도 현대 들어서야 생겼다. 근데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인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힘의 논리다. 잘못했다고 하여 고소할 수 있는가? 하물며 패자가?

 

 

 물론 지금 하는 말은 전쟁은 특수한 상황이니 모든 걸 용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특수성을 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전쟁터에 가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 절벽에 매달린 사람이 있다고 하자, 우리는 그 사람을 구하려 하지 않으면 구하지 않은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 매도한다. 전쟁터에서 주변이 포탄에 터지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동료를 구하지 않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 규정할 것인가? 그 상황에서는 손발 까딱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구하면 훌륭한 사람이지 구하지 않는다고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절벽 같은 곳에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소싯적에는 사진 찍다가 여행사에서 혼나고는 했다. 그렇게 40대가 되었을 때, 에어컨이 고장 났었다. 그래서 수리공을 부르고, 그분이 옥상의 에어컨을 고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서 나는 별생각 없이 담장 위로 올라갔다. 근데 올라가서 아래를 보자 갑자기 다리가 덜덜 떨리고 바닥에서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그래서 몸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가면 위험하니까

아들과 한번 이에 대해 실험을 해봤다. 말뚝에 올라가서 한쪽 다리를 들고 버텼을 때 아들이 30초를 버티면 나는 15초 정도 버텼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그냥 다리가 부들부들하며 떨어졌다.

 

 전쟁터에서 손이 굳고 발을 움직이지 못하는 건 겁과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터에서의 행동을 일상적인 생각으로 판별하기는 어렵다.

 

 

 

 

 옛 전쟁이 잔혹했던 이유

 

 그 당시에는 운송 수단이 좋지 않았다. 손자가 쓴 책에 따르면 우리가 만주정도 가는 거리에 1일 치 식량을 운반하려면 20일 치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거기에 군대의 노동력의 60%가 운송에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인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전쟁을 시작한 국가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물자를 장시간 조달하는 것은 어렵고, 이대로 후퇴하는 것도 의미가 없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지조달을 실시하게 된다. 이때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뉘게 된다.

 

 

1. 안 죽이고 식량만 뺐는다 - 어차피 굶어 죽는다.(약 80% 정도) -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 그것을 제압하는데 자원이 소모된다(심지어 그때는 총이 아닌 칼이 주 무기였던 시기이기에 몰려오는 사람들을 처리하기가 힘들다)

 

2. 죽이고 식량을 뺐는다 - 처음에 당황하고 어찌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죽이는 건 쉽다 - 추후 자원이 소모되는 양이 적다

ㄴ결과는 어차피 같다

 

 

 그렇다고 매번 2번 케이스를 선택할 수도 없다. 그러면 군대가 타락하기 때문이다. 도시마다 약탈을 하다 보면 군인이 쾌락을 느껴, 열심히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살려고 도망치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약탈과 여러 행위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그러한 향락을 또 느끼고 싶어 죽기 싫어지고 용감하게 싸우지 않는 군인이 되고 만다.

 

 심지어 상관을 해치는 경우도 생긴다. 전쟁에서 학살을 자제하는 것은 인도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논리도 존재한다. 그래서 학살이나 약탈 등을 허용하는 경우는 마지막 전투이거나 엄청 중요한 전투 등 어쩔 수 없을 때나 사용했다. 독일 30년 전쟁 때는 하도 약탈을 일삼다 보니 군인들이 익숙해져 거의 25금에 걸릴만한 행위들을 해왔다.

 

 

 다른 문제로는 그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면 대부분 알코올 중독으로 죽거나 가정폭력을 일삼는 것이다.

 

 스위스 용병들의 경우, 문서에 따르면 약탈 등을 일삼지 않고 일을 깔끔하게 해냈었다. 심지어 그 시절 용병들의 경우 가격 이 엄청 비싸다 보니 20년간 용병생활하면 가족, 친척까지 땅을 사주고 생활까지 할 정도의 돈을 벌었다. 하지만 돌아오고 나면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주변 가족들은 그래도 저 사람 덕분에 살고 있는 것이니 참고 지내지만 평생 운동하고 일만 하다 온 사람이니 하도 건강하여 오래 살아 결국 못 참는 경우가 생겼다. '용병이 고향으로 귀향할 때 밀어 죽여라'라는 문서가 발견될 정도였다.

 

 

 잔인하게 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공포전술이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다고 일컬어지는 군대는 대표적으로 아시리아 군대, 몽고군정도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아시리아 군대의 경우, 어느 성을 공격했을 때 공격대가 성에서 나오면 그들을 모두 죽인 다음 그 목을 쌓아서 탑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걸 본 성 안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성문을 열였다.

 

 

 이건 약과다. 반란을 일으킨 도시는 가서 전부 가죽을 벗겨 성벽에 코팅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록에는 없지만 아마 그 시절 사람들도 이 방법이 가장 사람을 적게 죽이는 방법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게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전쟁이라는 것은 늘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아시리아나 몽고군 같은 경우 이걸 전략적으로 사용하여 여러 성을 함락시켰었다. 그들은 심지어 항복하면 살려줬다. 그리고 항복한 이들을 거둬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아시리아 같은 경우 노예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데려가서 아예 도시를 건설해 주었다. 이래야 사람들이 모여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생산성이 높게 일했다.

 

 물론 나라, 지휘관 나름이기 때문에 이렇게 영악하게 했던 사람이 있고 미쳐 날뛰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큰 틀로 보자면 국가는 결국 이해관계를 가지고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 한다.

 

 

 현대전쟁에서 잔혹행위를 줄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트럭과 전투식량일 것이다. 나폴레옹은 '사람은 24시간 굶고, 잘하면 36시간까지도 굶고 싸울 수 있다. 하지만, 탄약이 떨어지면 30분도 못 싸운다'라고 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결국의 보급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식량도 똑같다. 밥이 떨어지면 군대에서는 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고대 전투와 현대 전투의 가장 큰 차이는 보급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강한 군대의 조건은 무엇인가?

 

 대영박물관에 가면 아시리아 부조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금촛대 등 전리품을 들고 줄을 서있고 그걸 누군가 기록하는 그림이다. 그만큼 군기가 잘 잡혀있는 군대는 약탈한 것을 제멋대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군대다.

 

 칭기즈칸이 세계정복을 위해서 몽고군을 변화시킬 때 가장 중요하게 한 것이 말에서 내려 갑옷 같은 것을 쟁취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예전 몽고군은 싸우다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바로 말에서 내려 자기 것이라며 물품을 챙겼다. 칭기즈칸은 그 부분을 철저히 하였다. 물론 군대에서도 종종 풀어줄 때가 있다. 풀어준 모습이 영화에서 나오는 무분별하게 약탈하는 모습이다.

 

 

 다만 바이킹의 경우에는 다르다. 그들은 약탈로 먹고살다 보니 타협과 조절이 안된다. 한번 약탈을 나갈 때 멀리 나가다 보니 살려주면 조공을 바친다는 둥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 약탈지를 두 번 갈 여력이 없어, 한번 털 때 노인, 어린이 가릴 것 없이 노예를 만들든 다 죽인다.

 

 하지만 그러한 이들도 정착하고 집 짓고 살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들의 주요한 약탈수단은 배를 터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주요 교역로를 알게 되었고 힘들게 배를 터는 것보다 정착해서 장사하는 것이 더 편하고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한 세대가 지나자 바이킹은 칼을 버렸고, 다른 칼 든 놈들에게 털렸다.

 

 

 국가가 발전하는데는 무형의 자산이 필요하다. 발전함에 따라 법, 구조 등이 따라 변화해야한다. 하지만 그게 되지 않으면 도태된다. 70년대 한국에서 30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유명한 기업이 있었다. 그 기업이 파산했을 때, 사장실에 있던 금고를 보니 예전 구멍가게에서 쓸 때 장부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바이킹은 왜 싸움을 그렇게 잘했는가?

 

 카이사르가 로마군을 끌고 갈리아를 들어갈 때, 당시 그렇게 강력하다고 평가받았던 로마군도 겁을 먹었었다. 갈리아군이 자기들보다 머리 하나 크기정도로 덩치가 크다는 이유였다. 그 정도 크기가 얼마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권투에서 한 체급 위하고 싸워서 이기는 선 수가 극히 들물다. 자기 체급에서 백전백승하던 사람도 체급을 올리자마자 한방에 KO된 사례도 상당수 있다. 그만큼 백병전에서 머리 하나 크기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심지어 게르만을 진출하려고 하니 갈리아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크다고 한다. 덩치도 큰데 일년내내 싸움질을 하니 싸움을 못할 수가 없다.

 

 

 

 

관우, 장비는 제갈량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

 

 소설 속에서 사마휘가 유비를 찾아와 와룡이나 봉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유비는 나에게는 수많은 명장들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답했지만, 사마휘는 휘하의 장수들이 힘만 쓰고 행정처리만 할 수 있으니 와룡같은 책사가 필요하다고 반문한다. 이 말은 맞다.

 

 

 전쟁은 총력전이다. 나라의 모든 힘이 들어가다보니 각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여러분은 전투이야기를 기대하며 전쟁 소설을 보려 하겠지만 전쟁 소설에서 전투이야기는 없고 죄다 보급이야기뿐이다. 호방한 전투이야기를 보고 싶은 당신은 실망을 하겠지만 진짜 전쟁을 한 이들은 보급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안다. 탄약이 없으면 싸울 수 없고, 음식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제갈량이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건 맞는데, 삼국지에서는 마치 관우와 장비가 뇌가 없는 것처럼 쓰여졌다. 매복하고 전투하는 타이밍을 정하는 건 장군들의 몫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소설적 재미가 떨어지니 이를 분리시킨 것이다. 이건 원래 관우, 장비가 하던 역할이다. 정말 싸움만 잘하는 이들은 분대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관우, 장비는 만 명을 이끌 수 있는 자, 현대로 따지면 군단장의 역할을 일임할 수 있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소설보다도 더 유능한 이들이었다.

 

 

 제갈량의 역할은 '이 전쟁을 왜 하느냐?'. '달성하려는 목표가 뭐냐?'같은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전쟁은 정복을 한다고 끝이 아니다. 이번에 우-러 전쟁에서 러시아가 같은 국민이고 언어를 쓰다보니 시청만 점령하면 통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아마 점령을 했더라도 통치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사는 방향은 이미 러시아 사회와 떨어졌다. 제갈량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전투는 하기 전에 돈에 약한 지, 힘에 약한 지 등을 파악하고 전략을 짠 후에 이루어져야한다.

 

 어떠한 영지는 영주가 영민들을 착취해서 민심이 매우 떨어져있다고 하면 영주를 따고 조금 풀어주는 통치만 해도 매우 수월할 것이기 때문에, 군량이 떨어지더라도 학살을 금하고 오히려 후퇴하여 그들과 다른 것을 보여주는 전략을 짜는 경우도 있다. 등애가 위나라에 끌려가 죽음을 당한 이유도 당시 촉에 살던 사람들은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촉나라가 지속적으로 북벌을 추진하다보니 민심이 떨어져있는 상태였고, 가만히 냅두기만 해도 위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올라갈 것인데."내가 너네들을 이렇게 만든 거야"라며 으스대고 다니니 반역을 꿈꾸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기록에서는 종회의 모함을 받아 죽었다고 되었지만 난 이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그렇게 멀리 병사를 보내는데 자국의 스파이가 없을 수가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기록에서는 이렇다는데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기록은 그 집안 사람의 열전을 기반으로 쓰여지고 그 기록들은 억울하는 내용이 많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라 이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기록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기엔 너무나 편향적이다. 다만 기록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기록만 보고 역사를 판단할 것이라면 전문가는 필요가 없다. 기록과 상황을 맞춰 판단을 내려야한다. 그게 내 역할이다.

 

(하편에서 계속)

https://beanknowledge.tistory.com/259

 

밀덕이 훌륭한 지휘관이 될 수 있을까?(下편)

https://beanknowledge.tistory.com/258 밀덕이 훌륭한 지휘관이 될 수 있을까?(上편) 침착맨 임용한/역사학자 전쟁사에 대해서 저번에 이야기하지 못한 카테고리에 대해서 몇 가지를 뽑아 이야기해주겠다.

beanknowledge.tistory.com

https://www.youtube.com/watch?v=a6Kw3GQxcKg&t=1229s 

#침착맨

#임용한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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